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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제에 관하여_발포지위에 아크릴_107x328x62cm_2014
체제에 관하여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 - 유하)
횟집 수족관 속 우글거리는 산낙지
푸른 바다 누비던 완강한 접착력의 빨판도
유리벽의 두리뭉실함에 부딪혀
전투력을 잊은 채 퍼질러앉은 지 오래
가쁜 호흡의 나날을 흐물흐물 살아가는 산낙지
주인은 부지런히 고무 호스로 뽀글뽀글
하루분의 산소를 불어넣어준다
산낙지를 찾는 손님들이 있는뎁쇼
히히 제발 그때 까지만 살아 있어달라고
살아 있어달라고
그러나, 헉헉대는 그대들의 숨통 속으로
단비처럼 달콤히 스며드는 저 산소 방울들은
진정 생명을 구원하는 손길인가
투명한 수족관을 바라보며 나는
투명하게 깨닫는다
산소라고 다 산소는 아니구나
저 수족관이라는 틀의 공간 속에서는
생명의 산소도
아우슈비츠의 독가스보다
더 잔인하고 음흉한 의미로
뽀글거리고 있는 것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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