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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이해

2014.10.29 - 2014.11.09

​해운대 구 역사 시민갤러리

 

 사실 내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잘 모른다. 이상한 얘기같이 들리겠지만 무언가를 말하고 싶으면서도 무언가를 말하고 싶지 않다. 나에게는 내 영역이 소중했다. 그리고 지금도 그러하다. 나는 그 공간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이 영역이 왜 소중한가 에서부터 나의 작업은 시작되었다. 그리고 여기서 나는 나의 작업에 첫 소비를 한다. 텐트를 소비하게 된다. 공원에 갔다가 발견하게 된 텐트 속 공간은 엄청나게 매력적인 공간이었다. 그곳은 언제든지 만들어 지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는 가변적인 공간이었다. 텐트 속 공간은 장소에 상관없이 항상 일정한 영역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무엇이 된다. 결국 사적인 영역이라는 말을 꺼낼 수 밖에 없다. 내 관심사는 내가 있는 지금 여기 이 공간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공간은 내가 거주하고 있는 집이 될 수도 있고 내가 머무르는 특정한 장소가 될 수도 있다. 내가 왜 그렇게 이러한 공간들에 집착하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또한 지역을 이동하면서 작업을 한다. 머무르는 장소를 옮김으로서 낯선 장소가 다시 일상적인 장소가 되고 또한 그곳에서 발견되는 어떠한 것들을 수집한다.

 

 나의 작업은 어떠한 장소에서 발견되어지는 오브젝트들을 수집하면서 시작된다. 나는 발견한 오브젝트들을 눈여겨 보고 그것들을 인터넷 공간에서 구입한다. 내가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돈을 주고 새로운 상품을 사야 한다. 사고자 할 상품들을 고르고 그 것의 가격을 비교해 인터넷에서 마음에 드는 제품을 선택한다. 나의 작업은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부터 시작된다. 나는 새롭게 만들지 않는다. 모든 작업의 재료는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것. 내가 살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이다. 구입되어진 오브젝트들은 사용되어지지 않은채로 사용되어 진다. 내가 주로 수집하는 오브젝트들은 오브젝트들이 어떠한 영역을 구축할 수 있는 것들이다. 파라솔이나 텐트같이 자신들이 공간을 가지고 있는 오브젝트들도 있고 안전칼라콘 같이 발견되어진 장소에서 어떠한 공간을 만들어 놓는 역할을 하는 오브젝트 들도 있다. 이 것들은 어떠한 영역을 만든다는 의미에서 나에게 있어 수집의 대상이 되어진다.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사적인 영역이 공간으로서가 아니라 오브젝트로서 발견되어지는 것이다. 이 오브젝트들은 나와 전혀 관련이 없는 장소에서는 발견되어지지 않는다.

 

 내 작업에서 가장 많이 차지하는 내용이 있다면 일정한 영역과 소비 그리고 혼란일 것이다. 나는 작업을 하는 내내 이 세상이 혼란스럽다. 내가 혼란스럽기 때문에 나의 작업 또한 다른 이들이 보기에 매끄럽지 않고 혼란스러울 것이다. 사실 잘 모르겠다는 것이 맞는 표현인듯하다. 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모르겠고 그래서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그것들이 내 작업에 고스란히 표현이 되지만 한편으로는 혼란스럽다. 나는 이 모든 이해되지 않는 상황을 ‘그녀의 이해’라는 짧은 글로 작업하였다. ‘그녀의 이해’ 그리고 ‘텐트’ 그리고 버지니아 울프 소설의 ‘자기만의 방’ 이 세 가지는 나에게 있어 모든 것의 시작이다. 나에게는 항상 두 가지 현실이 놓여져 있다. 그 두 현실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이쪽의 현실도 저쪽의 현실도 쉽게 이해가지 않게 되는 서로 충돌하는 상황 사이에 놓여있다. 이 충돌하는 나의 현실은 나를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게 만든다. 낯선 곳에서 발견하게 되는 오브젝트들과 가장 낯설지 않은 곳에서 발견되어지는 오브젝트들은 서로 작업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만나게 된다. 그것들은 충돌하지 않고 서로의 자리를 지키며 그 자리에 존재시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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